
1.
타이가: 으엑…… 포기. 그리스 신화, 내용 너무 복잡하고.
아키라: 나도 무리야―. 누가 누구랑 같은 편이고, 누가 싸우는 건지, 전혀 모르겠어.
코쿠요: 시끄럽구만. 각본 정도는 닥치고 읽을 수 없냐.
아키라: 그러는 코쿠요는 알고 있냐고.
코쿠요: 알 바냐. 결국은 여자 두고 전쟁하는 얘기잖아.
타이가: 형님이 제일 조잡한데여.
신: 제비는 별들의 이치를 모르고 바다를 건넌다.
타카미: 확실히 그렇긴 하지만, 가볍게 줄거리만이라도 설명해둘까요.
아키라: 최고로 간단하게 부탁해.
타카미: 먼저, 트로이 전쟁은 아카이오이군과 트로이군의 전쟁 이야기야.
타카미: 트로이 측은 파리스와 헥토르, 아카이오이 측에는 메넬라오스, 오디세우스, 아킬레우스.
타카미: 그러니까, 아키라와 타이가 대 코쿠요, 신, 그리고 나네.
아키라: 에―, 내 편은 타이가 뿐이냐고. 적어도 신 정도는 줘.
타이가: 약해보여서 죄송하게 됐네여.
타카미: 서로 희생자를 내면서 전투는 점점 격렬해지고――
타카미: 최종적으로는 아카이오이 측이 작전을 통해 승리를 거두는 흐름이야.
타이가: 헤―.
아키라: 뭐야, 트로이 전쟁이라고 했으면서 우리가 지는 거냐고.
코쿠요: 아카이오이 측은 무슨 수를 써서 이긴 거냐?
타카미: 기습 작전이야. 「트로이의 목마」는 알고 있어?
아키라: 뭐야 그거.
타이가: 컴퓨터 바이러스네여.
타카미: 그 바이러스의 어원이 된 쪽이려나.
타이가: 어원?
타카미: 아카이오이 군은 신에게 바친다는 명목으로 거대한 목마를 만들고, 안에 병사를 숨겼어.
타카미: 그리고, 병사가 들어간 목마를 둔 채 일부러 철수해 보인 거야.
타카미: 트로이 군은 두고 간 목마를 보고, 완전히 이겼다고 생각했지만――
코쿠요: 그렇구만. 그런 방식은 싫지 않아.
신: 안녕의 잔에야말로 악마가 깃들기 마련이다.
코쿠요: 분위기를 끌어올릴 포인트는 잡았어. 바로 대사 맞춘다.
아키라: 엑, 이쪽은 전혀 못 잡았는데도!
타이가: 포기하져. 저희는 농락에 당하는 쪽이라는 걸로…….
2.
아키라: 트로이 전쟁 말야, 파리스가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 사과를 준 걸로 시작됐다는 거 같던데.
타이가: 헤―.
아키라: 누구 한 사람한테만 주는 게 말이 안 되잖아. 나였으면 전부 사과 줄 거야.
타이가: 당신이면 그럴 거 같네여. 렛츠 사과 파티, 느낌.
타이가: 그런데, 왜 여신에게 사과를 줬더니 전쟁이 되는 검까. 의미불명인데요.
아키라: 아―…… 뭐더라. 대본 해설에 뭐가 써있었던 거 같은데.
아키라: 있다 있다. 그러니까, 내가 고른 여신이 상으로 세계에서 제일가는 미녀를 준 거야.
아키라: 그 미녀가 사실은 코쿠요의 아내여서 돌아버린 코쿠요가 되찾으러 온다는 이야기.
타이가: 기혼자를 선물로 준다든가 법적으로 너무 위험한 안건.
타이가: 그보다, 그거 절대 받으면 안 되는 지뢰 아니냐구여.
아키라: 아니아니. 헬레네는 코쿠요한테 정이 떨어져서 여신님께 도움을 요청했던 게 틀림없어.
아키라: 그래서, 여신님이 나를 점찍어 두고 헬레네를 부탁했다는 거지.
아키라: 여자애가 의지하는데 도와주지 않는 건 남자가 아니잖아.
타이가: 그런 해설, 어디에도 없는데여.
아키라: 세계 제일의 미녀와 코쿠요라든가, 절대 미녀를 붙잡아 주겠다는 말이야.
타이가: 그래서, 저는 거기에 휘말려버렸단 건가여.
아키라: 나와 헬레네의 행복을 위해 싸워 줘, 헥토르 군이여.
타이가: 손익이 안 맞아―.
타이가: 뭐―, 자신의 것을 빼앗겼으니 절대로 되찾겠다는 건 코쿠요 같네여.
아키라: 그렇지―.
아키라: 그래도, 헬레네의 남편으로 어울리는 건 역시 나잖아.
아키라: 세계 제일의 미녀를 누구보다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건 어떻게 생각해도 나 말고 없어―.
타이가: 아―, 당신도 파리스 같아여. 맞는 역할, 맞는 역할.
3.
타카미: 이번 공연에서 키워드가 되는 건 역시, 황금 사과와 트로이의 목마일까 하고.
신: 흠…….
타카미: 황금 사과는 소도구로 이미 준비해뒀습니다.
신: 용과 해질녘 처녀의 눈은 훔쳤는가.
타카미: 하늘을 떠받치는 것보다는 쉬운 일이었는걸요.
신: 훗…….
신: 트로이의 목마는 어떻게 되고 있지.
타카미: 역시, 관객 분들께는 목마가 거대하다는 걸 인상에 남기고 싶네요.
타카미: 그러니까, 목마의 일부를 대도구로 준비할까 생각하고 있어요.
타카미: 전체를 상상해주시는 것으로 스케일감을 표현할 수 있다면, 하고.
신: 전쟁터를 먹구름이 뒤덮는다면 천개를 내다보는 눈동자를 의지로 삼아야 하겠지.
타카미: 감사합니다.
타카미: 남은 과제는, 쌍방의 군세에 대해서네요.
신: 흠…….
타카미: 유력한 도시였던 트로이와, 미케네를 중심으로 한 아카이오이 군의 대전쟁이니까요.
타카미: 용맹하고 웅장한 분위기를 어떻게 연출하면 좋을지 고민하고 있어서…….
타카미: 뭔가 좋은 아이디어는 없을까요?
신: 그렇군…….
신: 서시가 아닌 박쥐의 찌푸림을 따르는 것은 어떤가.
타카미: 과연. 음향인가요.
신: 그래.
신: 군세가 밀고 들어오는 음성을 요소로 사용해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겠지.
타카미: 감사합니다. 그 안으로 가죠.
타카미: 군대의 음성은 저희끼리 녹음해서 합성하는 쪽이 좋겠죠.
타카미: 다음으로 필요한 장면에 시험해볼 수 있도록 빠르게 준비해둘게요.
4.
코쿠요: ――좋아, 여기까지다.
타카미: 수고했어, 다들. 무대에서 시험해보니 어때?
아키라: 완전 좋잖아―! 엄청 박력있지 않았어?
타이가: 음향을 써먹으면 꽤 느낌이 변할 수 있네요―.
신: 수면의 달을 건져올린 것 같군.
타이가: 네, 예상보다도 좋았어요.
코쿠요: 나쁘지 않아. 이대로면 본무대도 괜찮게 갈 것 같다.
타카미: 맞다, 코쿠요. 철수 장면에 대해서 말인데――
아키라: 저기― 타카미, 이 세트 뭐야? 안에 들어갈 수 있잖아!
타카미: 아아, 그게 이번에 준비한 「트로이의 목마」야. 물론, 일부지만.
타이가: 아―, 신이랑 코쿠요가 안에 숨는 녀석이여.
아키라: 헤―, 그래서 안쪽이 넓게 만들어져 있다는 거네.
타카미: 두 사람 다 체격이 좋으니까, 그걸로도 꽤 답답할 거라고 생각하지만…….
신: 실제 전쟁에 비하면, 숨어있는 시간은 그렇게 길지도 않을 테다.
코쿠요: 뭐, 무대 넓이를 생각하면 그게 한계잖아.
아키라: 그래도 이거, 안은 꽤 쾌적한데? 좋아―.
아키라: 이런 데 들어와 있으면, 뭔가 안정된단 말이지이.
타카미: 슬슬 나오는 게 어떨까, 아키라.
아키라: …….
타이가: 전혀 나올 생각 없어 보이는데여.
코쿠요: 잠이라도 잘 생각이냐. 못 놀아줘, 가자.
신: 그래.
타이가: 네―.
타카미: 편하게 있어, 아키라.
아키라: 잠깐, 진짜로 두고 가진 말라니까!
코쿠요: 오―, 오―. 인내심이 부족하잖냐. 그래선 우리한테는 못 이긴다고, 파리스 씨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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